봉선화 물들이기와 보릿고개가 공존했다; 소만 풍속, 음식, 속담 (feat. 낭만과 근심)

24절기 중 8번째인 소만(小滿)은 보통 양력으로는 5월 21일경이고, 올해 2023년도 5월 21일입니다. 음력으로는 4월이며, 태양이 황경 60도를 지날 때입니다.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가득 찰 만(滿)을 써서 햇빛의 풍부함을, 눈부신 신록의 가득함을, 그리고 만물이 점차 커가며 세상을 가득 채움을 나타냅니다. 본격적으로 여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소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만물의 푸르름이 온세상에 가득하기 시작하는 시기, 소만

 

소만에 전해지는 다양한 풍속

● 김매기: 작물을 재배하는 곳에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잡초를 뽑아 없애는 일입니다. 잡초가 자생하면 작물이 잘 자라나기 위해 필요한 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햇빛과 바람 또한 막으니, 작물이 잘 자라나지 못하게 됩니다. 당연히 수확철이 되면, 작물에 대한 수확량이 줄어들겠지요? 그렇기에 김매기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 낭만 가득 봉선화 물들이기: 음력 4월에는 소녀와 젊은 여인들이 봉선화를 따서 손톱을 물들입니다. 봉선화를 잎사귀와 함께 따서 찧은 다음, 손톱에 붙이고 헝겊 또는 봉선화 잎으로 싸고 실로 감아 둡니다. 다음날 헝겊을 떼어보면 봉선화의 색이 손톱에 잘 물들어 있습니다. 이때 백반을 섞어 찧을 수도 있는데 이는 착색을 용이하게 하고, 조금 섞는 입사귀는 빛깔을 더욱 곱게 해 줍니다. 봉선화로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은 붉은색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신앙적인 의미와 아름다워 보이려는 여인의 마음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봉선화는 금봉화, 봉황죽, 봉선, 소홍도, 금사화, 등잔화, 봉숭아로 불립니다.

● 풋보리를 몰래 베고 그것을 그슬려 밤이슬을 맞힌 다음 먹으면 병이 없어진다고 여겼습니다.

● 풋참밀 이삭을 잘라 껍질을 벗긴 다음 알맹이를 입에 넣고 껌처럼 잘근잘근 씹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소만 무렵에는 어떤 제철 음식을 먹을까요?

● 냉잇국: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국으로, 된장국물에 냉이와 조개를 주원료로 만든 시원한 국입니다.

● 씀바귀: 이 무렵이면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이 없어지고, 씀바귀만 자라고 있는데요, 쌉쌀한 맛이 특징인 씀바귀의 어린잎을 따다가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 중국에서는 소만에서 망종까지를 5일씩 삼후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습니다. 고채(苦菜) 혹은 씸배나물이라고도 합니다.

● 죽순: 고추장이나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납니다. 소만 무렵이면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해가는데, 이는 새로 자라나는 죽순에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라고도 합니다.

● 보리: 말후(末候)가 되면 보리 이삭이 익어서 누런색을 띱니다. 이것은 밀과 함께 이 시기의 주식이 됩니다.

 

 

 

보릿고개

손톱에 봉선화 물들이기가 낭만이라면, 보릿고개는 바로 근심입니다. 이 무렵이면 올해 농사한 밀과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고 지난해 수확한 곡식은 거의 다 먹어가기에,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살아가는 시기를 나타내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겨 났습니다. 춘궁기 또는 맥령기라고도 부릅니다.

 

소만에 어울리는 속담

●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말. 소만 절기에는 지방에 따라 가뭄이 들기도 하고 비가 잦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비가 온 뒤에는 일교차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 소만 무렵의 추위가 만만치 않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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